중국 전역에는 축구 전문학교가 약 2만 개에 이를 정도로 축구의 인기가 상당하다. 많은 투자와 관심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제 무대에서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과 축구팬들은 오랫동안 의문을 품어왔으며, 최근 이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축구계에 만연한 부패와 승부 조작이 지목되고 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서 중국 축구대표팀은 1승 3무 6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 경기 도중 지휘봉을 잡고 있던 리톄 감독은 돌연 사임했고, 이후 행방을 감췄다. 그가 사라진 배경에는 단순한 경기력 문제가 아닌 더 깊은 부패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중국 관영 방송 CCTV는 중국 축구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리톄 전 감독이 수감된 모습과 함께, 그가 국가대표팀 감독 자리를 얻기 위해 뇌물을 제공한 정황이 공개됐다.
보도에 따르면, 리 전 감독은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에게 300만 위안(약 5억 5천만 원)을 건넸고, 이 중 200만 위안은 자신이 속해 있던 우한 줘얼 구단에서 나온 자금이었다. 그 대가로 줘얼 소속 선수 4명이 국가대표팀에 선발됐다. 이를 두고 한 관계자는 “선수 명단을 보고 얼굴이 붉어질 정도였다. 능력이 부족한 선수가 대표팀에 올랐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조사는 중국축구협회 회장을 비롯해 국가체육총국의 부국장까지 확대됐다. 심지어 일부 선수들도 조사 대상에 포함되었으며, 한국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손준호 선수 역시 산둥 타이산 소속 당시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중국은 인구 14억 명 중 최고의 선수들을 선발하고도 국제무대에서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이런 현상이 단순한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적인 병폐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 사정당국은 이번 조사를 통해 축구계 전반에 퍼진 부패 구조를 바로잡고, 공정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단순한 일회성 단속이 아니라, 중국 축구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