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거대 기술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의 미래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다시 얻고 있습니다. 텐센트, 바이두, 알리바바 등 중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3사는 AI 인프라 및 서비스 구축 투자를 위한 신규 자금 확보를 위해 최근 채권 시장을 찾았습니다. 이는 막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한 미국 빅테크들의 움직임과 궤를 같이하는 흐름입니다.
이들 3사는 9월 한 달 동안에만 50억 달러(약 6조 9,000억 원)가 넘는 기록적인 금액을 조달했습니다. 특히 홍콩 등 중화권 역외에서 발행되는 위안화 표시 채권인 ‘딤섬 본드’와 전환사채 발행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텐센트, 4년 만의 채권 발행으로 1조 원 이상 확보
가장 먼저 움직인 텐센트는 중국의 소셜 미디어 및 비디오 게임 분야의 선두 주자입니다. 텐센트는 지난 수요일, 3개 트랜치(5년, 10년, 30년 만기)로 구성된 채권 발행을 통해 총 90억 위안(약 1조 7,500억 원)을 성공적으로 조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당초 목표했던 금액을 상회하는 규모입니다.
최근 4년간 채권 발행이 없었던 텐센트는 그동안 막대한 투자를 집행해왔습니다. 설비투자(CAPEX) 규모는 2024년 4분기 366억 위안, 2025년 1분기 275억 위안, 그리고 2분기에는 191억 위안에 달했습니다. 지난 8월, 텐센트는 애널리스트들에게 “앞으로는 AI 프로젝트의 지속 가능한 수익화와 지능적인 비용 관리를 목표로 보다 신중한 접근 방식을 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알리바바와 바이두의 적극적인 자금 조달 경쟁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역시 32억 달러(약 4조 4,0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을 확정했습니다. 이를 통해 확보된 자금은 해외 시장 확장과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력 강화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알리바바는 지난 7월에도 15억 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검색 엔진 기업 바이두는 공격적인 AI 분야 확장에 따른 재무 비용 절감과 운영 유연성 확보를 위해 44억 위안(약 7,600억 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습니다.
우호적인 시장 환경과 미래 투자 계획
이러한 빅테크들의 대규모 자금 조달은 최근 홍콩 증시의 기술주 강세와 맞물려 있습니다. 홍콩 기술주 지수는 7주 연속 상승하며 연초 대비 40%의 놀라운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바이두는 씨티, 골드만삭스 등 유력 투자은행들의 긍정적인 전망에 힘입어 최근 홍콩 증시에서 주가가 16% 급등했으며, 지난 한 달간 45%의 가치 상승을 이뤄냈습니다. 최근 차이나 머천트 그룹과의 AI 기술 협력 발표는 클라우드 부문 수익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JD.com의 AI 서비스 및 인프라 관련 설비투자는 2023년 130억 달러에서 2025년에는 32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알리바바는 향후 3년간 클라우드 및 AI 인프라에 53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중국의 기술 대기업들은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개발부터 광고, 게임, 자율주행차에 이르기까지 AI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 확보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