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뉴스 > 기고

어느학도병의 6.25참전 수기

❷"기막힌 출정"
은윤수 기자 / newseun@hanmail.net입력 : 2019년 08월 26일
↑↑ ▲글쓴이 이종근 옹.
ⓒ 동해안시대
6.25전쟁에 학도병으로 참가했던 이종근(85.경주시 건천읍)옹이 사재를 털어 `경주중학생 6.25 참전사'를 최근 펴냈다. 이 참전사는 지난 2010년부터 편찬이 시작 돼 10여년만인 최근에야 완성됐다. 약 70여쪽 분량의 이 참전사에는 당시 경주중 학생들의 6.25 참전 과정과 참전자.전사자 명단, 참전 수기 등이 담겨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그 첫번째 편으로 이종근 옹의 참전수기를 쓰기까지의 과정을 소상히 담았다. /편집자 주

1950년 8월은 나의 일생을 뒤바꾸어 놓았다. 물밀 듯이 밀려오는 인민군은 벌써 낙동강까지 쳐내려 와서 대구를 겨냥하고 왜관을 삼키려 했다. 그 무렵 우리 국군은 북으로는 영천, 안강, 포항까지도 내주게 되었고 , 남으로는 대구, 경주, 울산, 부산뿐이었다. 풍전등화란 말은 바로 이런 것을 의미한 것이 아닐까?

그 당시 교육제도로는 중학교가 6학년 과정이었는데, 그때 나는 경주중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만 16세의 소년이었다. 휴교령이 내려 집에서 집안일을 돕고 있던 8월 27일 아침, 같은 학교에 다니던 친구가 찾아와서 학교에서 부른다면서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 나섰다. 무료한 집안일로 인해 아무 생각 없이 친구를 따라 나선 길이 사랑하는 나의 부모, 형제들과 생이별이 될 줄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조국의 어두운 현실 속에서 나의 운명이 갈림길에 설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친구에게 이끌려 도착한 곳은 경주경찰서였다. 친구와 나는 학도경찰이 되어 , 대장님(수사과 은영근 형사)을 따라서 입실 냇가에서 40∼50명의 일행은 지금의 경주기술고등학교 뒷산, 즉 안강을 마주보는 산중턱에서 하루 동안 진중근무를 했다.

그 때 우리들이 소지한 무기는 일본군이 버리고 간 44식 소총과 99식 소총 그리고 실탄 20여 발이 전부였다. 그날이 9월 10일이었는데, 누군가가 그곳에서 경주시내 쪽으로 약 4∼5k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황성공원에 적의 포탄이 떨어졌고, 1년 선배인 5학년 김해주(학도호국단 간부)씨가 안강전투에서 전사했으며, 1차와 2차로 학도의용군에 지원했던 많은 선배들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오후 3시경에 갑자기 우리는 철수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경주경찰서에 집결하니 학도경찰을 해산하라는 지시가 하달되었다.

그때 한규백, 정석원, 이동수, 손영호와 나, 이렇게 다섯 명이 대장님과 작별인사를 하면서 '나라가 이토록 위기에 놓여 있는데 우리는 집으로 갈 수가 없다', '우리는 신라의 화랑을 본받아야 한다'라고 우리의 다짐을 전하였다.

우리는 화랑관창이 단기로 백제의 계백장군에게 달려들어 용감하게 싸우다가 전사함으로써 용맹스런 화랑이 총 봉기하여 백제군을 물리친 임전무퇴(臨戰無退)의 화랑도 정신을 이어받은 서라벌의 젊ㅇ은이로서 선배들의 죽음을 보고 좌시할 수가 없으니,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군에 입대하여 선배님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이 헛되지 않게 조국을 지켜야겠다고 결의하였던 것이다. 그러자 학도경찰대장께서 눈물을 지으시고 일일이 악수를 나누시며 부디 몸조심하고 살아서 돌아오라고 격려해 주셨다.
ⓒ 동해안시대
지금와서 생각해 보니 경주중학교의 옛날 교가가 우리 새싹들의 가슴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싹을 피우지 않았나 싶다. 교가 2절을 잠깐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미쁠손 자욱 짙은 화랑 옛 터전, 북천물 가로 흘러 새론 화랑들, 무성케 크는 줄기 벅차는 뜻을 자꾸만 길러야지, 이 마당 이 하늘에 우리는 조국의 일꾼이려니"
우리 동문들은 이 교가를 부르면서 자신도 모르게 가사에 이끌려 무엇보다 조국을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우리 학교는 권영해 국방부장관(중 13회)을 비롯해서 이은수 해군참모총장(중 8회)과 박춘택 공군참모총장(중 16회)을 길러냈다. 또한 1군사령관을 역임했던 정수성 대장(중 22회)도 우리 학교 출신이시니 국가를 위해 헌신한 많은 인재를 양성한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전통으로 6.25전쟁 당시 시골의 조그마한 중학교에 지나지 않는 경주중학교 출신자 중에서 학도의용군으로 320명이나 지원하였다고 한다. 그 중에 확인된 전사자가 48명이고 실종자가 100명으로 총 148명이나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빛나는 역사를 이루어 놓은 것이다. 그 외에도 많은 학생들이 소년병으로 지원 입대하여 군번을 받고 4∼5년 이상 군복무를 했다. 이들 중에는 여러 명의 전사자도 있었으며, 만기 제대한 사람들 대다수는 복학할 기회를 놓쳐 학업을 포기하게 되었다.

지원 입대를 결의한 우리는 경찰서를 나와 서라벌 네거리 부근에서 육군 제1201건설공병단 모병관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 일행은 모병관을 따라 울산의 구 역전시장으로 가서 지붕만 남은 가게를 숙소 삼아, 바닥에는 가마니를 깔고 담요 한 장씩을 덮고 잠을 청해야만 했다.

그 다음 날부터 어느 해보다 뜨거웠던 8월의 여름속에서 땀으로 범벅이 되도록 훈련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죽기보다 힘든 훈련은 한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우리들은 죽기 아니면 살기로 한 순간 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정말 열심히 듣고 익혔다.(다음호에 계속)
ⓒ 동해안시대

은윤수 기자 / newseun@hanmail.net입력 : 2019년 08월 26일
- Copyrights ⓒ동해안시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울릉군, ˝독도는 우리땅, 전 세계에 알린다˝
경주스마트미디어센터, `평양과학기술대와 협력`
새로운 랜드마크 `경주화랑마을 개원 1주년`
경주시, 지진 옥외대피소 등 사물주소 부여
2019찾아가는 청소년 인문학 강좌5
원자력환경공단, JAEA와 해체폐기물 노하우 공유
경주시, `제22회 관광기념품 공모전` 개최
경주시, `산불방지 비상체제` 돌입
˝가상 드론택시를 타고 경북으로 떠나요˝
한수원,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기금 대통령 표창 수상
포토
오중기 더불어민주당 포항북구 위원장(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6일 논평을 통해 포항..
상호: 동해안시대 / 주소: (38111)경북 경주시 초당길 141번길 28 2F 동해안시대 / 발행인·편집인 : 은윤수
mail: newseun@hanmail.net / Tel: 054)742-0016 / Fax : 054)742-0017 / 청탁방지담당관 : 박노봉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489 / 등록일 : 2017년 04월 17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유동철
Copyright ⓒ 동해안시대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5,080
오늘 방문자 수 : 4,082
총 방문자 수 : 7,177,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