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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학도병의 6.25참전 수기

"이토록 찬란한 오늘이 올 줄이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사람들 '학도의용군'

은윤수 기자 / newseun@hanmail.net입력 : 2019년 07월 14일
↑↑ ▲이종근 옹./동해안시대DB
ⓒ 동해안시대
6.25전쟁에 학도병으로 참가했던 이종근(85.경주시 건천읍)옹이 사재를 털어 `경주중학생 6.25 참전사'를 최근 펴냈다. 이 참전사는 지난 2010년부터 편찬이 시작 돼 10여년만인 최근에야 완성됐다. 약 70여쪽 분량의 이 참전사에는 당시 경주중 학생들의 6.25 참전 과정과 참전자.전사자 명단, 참전 수기 등이 담겨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그 첫번째 편으로 이종근 옹의 참전수기를 쓰기까지의 과정을 소상히 담았다. /편집자 주

지난 2010년 2월 어느 날이었다. 나는 소년병 전우회에서 보낸 통지문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참전 수기를 써달라는 통지문이었다. 그때서야 나는 우리 다섯 사람 ? 한규백, 정석원, 이동수, 손영호 그리고 나 ? 이 우리나라가 절박하고 기막힌 곤경에 처해 있을 때 함께 자원입대하여 용감하게 싸워서 나라를 구하는 데 일조를 햇다는 것과, 지금은 다섯 전우 중에 네사람(한 사람은 전사)이 이미 고인이 되었고, 나 혼자 살아남았다는 사실로 인해 초조한 위기감마저 느끼게 되었다. 이제 나만 혼자 살아남았으니 내가 아니면 우리 다섯 전우들의 행적과 그들에 관한 기억은 영원히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늙은 노병의 힘없는 손가락은 서투른 솜씨로 펜을 쥐고 이 글을 쓰게 된 것이다.

1950년 6월 25일은 일요일이었다. 많은 병사들이 농번기라서 농사를 위해 휴가 중이거나 외박, 외출을 나가서 38선을 경비하고 있던 병력의 3분의 2가 부대를 비운 상태였다고 했다. 그때 인민군은 240대의 소련제 전차와 50대의 장갑차, 550문의 장거리포라는 강력한 무기들을 갖추고 노도(怒濤 )와 같이 밀고 내려와서 나흘만인 6월 28일 서울을 집어 삼켜버렸다. 여기저기 밀어 닥치는 적의 공격을 맨주먹으로라도 필사적으로 막아야 했고 그것을 막지 못하면 전부 죽는다고 생각했다.

그때 우리 세데들은 일제에게 나라를 잃고 갖은 고초를 겪었다. ㅇ리제는 우리 이름, 우리 말, 우리 글을 모두 빼앗았다. 또한, 뼈 빠지게 지은 농사를 제국주의 탐욕을 위한 군량미로 모조리 약탈해 갔으며, 밥 먹는 밥그릇과 수저며 조상님 제사를 위한 놋그릇까지 모조리 빼앗아 갔다. 뿐만 아니라 장정들은 일본군으로, 나이든 사람은 징용으로, 처녀들은 위안부로 끌려갔다. 자동차난 비행기의 연료를 마련한다고 하면서 소나무의 솔가지(마른 가지)나 송진까지 긁어다 바쳐야 했다.

그렇게 나라 잃은 서러움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에 우리는 또 다시 나라를 잃을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죽기 살기로 나라를 지켜야 했다. 그래서 밀려오는 전차와 인민군을 소총과 몇 안 되는 대전차 로켓포와 수류탄으로 막았다. 심지어 수류탄마저 바닥이 났을 때는 화염병으로 적의 전차를 맞아 싸웠다.

이렇게 기감히고 절박한 상황에서 군번도 받지 않은 학도의용군과 학도병들까지 오직 구국의 일념으로 최전선으로 뛰어들어 전투에 참가하였다. 하지만, 우리 국군은 개전 이후 40여 일 만에 서울, 경기, 충청남북도, 전라남북도, 강원도를 다 내주었다. 경상남북도도 절반 이상 내준 상태에서 낙동강 방어선가지 밀려 내려왔으며 피난민과 현지 주민들을 상대로 부족한 병력을 충당하기에 바빴다.

우국충정으로 자원입대한 학도병들은 1주일간의 기초훈련만 받고 일선에 배치되거나, ㅇ리부 인원은 그 정도의 짧은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바로 전방에 배치되기도 햇으니 나라의 운명이 얼마나 위급했겠는가? 이들은 나이가 어리다고 거절당하면 나이를 속여서라도 기어이 입대하였으며, 군복도 없이 학생복과 학생모를 쓰고 다부동, 포항, 안강, 영천전투에서 인간 방패가 되었다.

이즈음에 우리 다섯 전우들은 선배들의 전사 소식을 듣고 그들의 뜻을 따르기 위해 1201건설공병단에서 나온 모병관을 따라 울산에서 입대하게 되었다. 그때 나이가 만 15세~16세에 경주중학교 3학년과 4학년이었다. 우리가 입대하게 된 배경에는 신라의 화랑, 관창에 대한 생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선배들의 희생을 더욱 빛나게 하려면 우리 후배들이 선배님들이 못다 이룬 뜻을 기어이 이어 받들어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렇게 6.25전쟁에 참전한 학도병은 휴전하기까지 5만여 명에 이르고 전사자는 7000여명(문교부 통계)이었다. 그 중에 만 14세에서 17세의 소년병은 2만9603명인데 이들 중 2573명이 전사하고 3000여명이 큰 부상을 당했다. 현재 생존한 소년, 소녀병들은 4700여 명으로 추정되나 도도한 강물과 같은 새월의 흐름을 따라 하나둘 사라져 가고 이제는 80살을 넘은 노병들만 슬픈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충전등화의 위기에서 목숨 바쳐 지켜온 우리나라가 60여년이 지난 지금은 우리 손으로 만든 'Made in Korea'로 지구촌을 누빌 정도로 찬란한 꽃을 피우고 있으며 우리 문화의 전도사인 연예인들이 세계 곳곳에서 한류를 일으키고 지구촌의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학술, 산업, 문화 각 분야에서도 한국인들은 세계 언론의 뜨거운 시선을 받으며 매일같이 새로운 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하늘 길에는 우리 물건을 가득 실은 비행기가 전 세계의 하늘을 누비고 땅에서는 우리나라 회사가 만든 자동차의 물결이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에는 더욱 신이 난다. 6.25전쟁으로 황폐화됐던 60여 년 전을 생각하면 꿈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글을 쓰면서 또 코끝이 찡해오고 가슴이 벅차오른다.

지금의 자랑스러운 우리나라는 6.25전쟁을 UN군의 도움과 온 국민의 단결로 지켜낸 결과이고 전후 세대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뭉쳐서 얻은 상과이다. 이는 우리 국민 모두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살아온 과거에 대해 조금도 후회하지 않고 내 또래의 희생에 대해서도 자랑하지 않는다. 내가 해야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할 따름이다.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자라나는 새싹들이 이 글을 한번만이라도 꼭 읽어 주었으면 한다. 그래서 나라와 국민을 더욱 사랑할 줄 아는 국민이 되어 줄 것을 다짐하고 우리나라는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상태라는 것을 상기하기 바란다. 또한 모든 정치인들은 우리나라가 누구의 희생을 밑거름으로 하여 이토록 찬란한 오늘을 만들었는지 다시 한번 되새겨 보기를 바랄 뿐이다.

아울러 일부 권력욕과 과시욕에 빠진 정치인 중에는 자기의 실속을 차리기 위해 법을 고치고 국민들의 눈과 귀를 무시하고 일사천리로 법률을 통과시키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국민이 낸 소중한 혈세를 자신의 치적을 내세우기 위한 호화 청사를 짓는데 너무나 가볍게 쏟아 붓고 있지 않는지 반성해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라를 위해 내 한 목숨 아끼지 않고 싸웠던 노병들이 한 사람, 주 사람 세상을 떠나고 있다. 그들은 배움의 기회를 놓쳐 버리면서까지 모질게 실아 온 이름 없는 영웅들이다. 이들의 얼마 남지 않은 편안한 여생을 위해 나라 살림에 걸맞는 대접을 해주어야 한다. 또한 산업 전사들의 생산 활동에 걸림돌이 될 만한 법률을 하루 속히 고쳐서 우리 모두 각자 맡은 일에 더욱 신바람 나게 매진할 수 있도록 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지금의 풍요 속에서 축복받은 삶을 누리는 후손들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우리 국군 전사자 13만7889명과 유엔군 전사자 4만670여 명에게 감사하고 그들의 유가족들을 위로해줄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더욱이 현충일에는 각 가정과 공공기관에 빠짐없이 조기를 달아 가신님의 넋을 기리며 온 국민이 하나 된 마음으로 추모행사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2012년 1월
학도병 이 종 근씀
은윤수 기자 / newseun@hanmail.net입력 : 2019년 07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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